"아이가 문제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더라고요. 선생님이 독해력을 기르기 위해 기본 읽기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고 해서 독서 학원에 등록하게 됐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최근 독서학원에 보내게 됐다는 김원정 씨(가명)는 또래에 비해 아이의 독해 실력이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다. 김씨는 "아이가 '이웃집 강아지 무게는 우리 집 강아지 무게보다 0.6배 더 나간다. 우리 집 강아지 무게는 몇 ㎏일까'라는 문제 뜻을 이해하지 못하더라"고 토로했다. 문해력 저하가 학습의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독서학원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기본적인 어휘나 독해 실력 부족으로 다른 과목 학습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전인 2019년 대비 지난해 사교육비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과목은 국어로, 3년 동안 사교육비가 26.9% 증가했다. 수학(13.2%), 영어(9.7%)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지난해 1월 서울 은평구에 독서논술학원을 연 박주영 원장은 "2년간 원생이 3배 가까이 늘어나며 최근까지도 학원 등록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어를 전공한 박 원장은 최근 아이들의 문해력이 심각하게 떨어져 영어 수업마저 지장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박 원장은 "해석을 해줘도 '이게 무슨 뜻인데요'라는 질문이 쏟아져 어휘를 설명하는 시간이 길어졌다"며 "아이들의 문해력 향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독서학원을 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이 운영하는 학원에서는 중학생 아이들마저 '개편(改編)하다'는 문장을 비속어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조짐(兆朕)이라는 명사를 비속어(조진다)로 생각해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하겠다는 학생도 있었다. 박 원장은 "세대가 바뀔수록 아이들의 독해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걸 체감한다"고 지적했다.
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지는 수능시험에 제대로 대비하기 위해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학무모들도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서울 목동에 사는, 중3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아이를 독서학원에 보냈는데 당시 아이의 읽기 수준이 초등학교 2학년 수준이었다고 했다"며 "날로 어려워지는 수능 국어를 대비하려면 일찍부터 아이를 학원에 보내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짧은 영상 위주의 미디어 노출이 잦아지면서 깊이 생각할 시간이 부족해졌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또래와 상호작용하고 의사소통할 기회가 적어진 것이 문해력이 저하된 이유로 꼽힌다.
이경남 광주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디지털 시대가 가속화하면서 소설과 같이 긴 호흡의 문장으로 구성된 글들을 멀리하게 됐고 기억하는 능력도 충분히 발달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전체적인 맥락에서 중요한 내용을 파악하는 것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2023. 11. 26 17:16:30
매일경제 이지안 기자
독서교육비 3년 새 27% 늘어
수학 영어보다 2배 이상 많아
짧은 영상 익숙해 문해력 저하
"아이가 문제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더라고요. 선생님이 독해력을 기르기 위해 기본 읽기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고 해서 독서 학원에 등록하게 됐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최근 독서학원에 보내게 됐다는 김원정 씨(가명)는 또래에 비해 아이의 독해 실력이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다. 김씨는 "아이가 '이웃집 강아지 무게는 우리 집 강아지 무게보다 0.6배 더 나간다. 우리 집 강아지 무게는 몇 ㎏일까'라는 문제 뜻을 이해하지 못하더라"고 토로했다.
문해력 저하가 학습의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독서학원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기본적인 어휘나 독해 실력 부족으로 다른 과목 학습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전인 2019년 대비 지난해 사교육비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과목은 국어로, 3년 동안 사교육비가 26.9% 증가했다. 수학(13.2%), 영어(9.7%)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지난해 1월 서울 은평구에 독서논술학원을 연 박주영 원장은 "2년간 원생이 3배 가까이 늘어나며 최근까지도 학원 등록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어를 전공한 박 원장은 최근 아이들의 문해력이 심각하게 떨어져 영어 수업마저 지장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박 원장은 "해석을 해줘도 '이게 무슨 뜻인데요'라는 질문이 쏟아져 어휘를 설명하는 시간이 길어졌다"며 "아이들의 문해력 향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독서학원을 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이 운영하는 학원에서는 중학생 아이들마저 '개편(改編)하다'는 문장을 비속어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조짐(兆朕)이라는 명사를 비속어(조진다)로 생각해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하겠다는 학생도 있었다. 박 원장은 "세대가 바뀔수록 아이들의 독해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걸 체감한다"고 지적했다.
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지는 수능시험에 제대로 대비하기 위해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학무모들도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서울 목동에 사는, 중3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아이를 독서학원에 보냈는데 당시 아이의 읽기 수준이 초등학교 2학년 수준이었다고 했다"며 "날로 어려워지는 수능 국어를 대비하려면 일찍부터 아이를 학원에 보내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짧은 영상 위주의 미디어 노출이 잦아지면서 깊이 생각할 시간이 부족해졌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또래와 상호작용하고 의사소통할 기회가 적어진 것이 문해력이 저하된 이유로 꼽힌다.
이경남 광주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디지털 시대가 가속화하면서 소설과 같이 긴 호흡의 문장으로 구성된 글들을 멀리하게 됐고 기억하는 능력도 충분히 발달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전체적인 맥락에서 중요한 내용을 파악하는 것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